실전은 언제나 예측불허
안녕하세요 호텔리어 Jedd입니다.
호텔리어라는 직업은 우아함과 세련미를 요구하는 만큼, 항상 긴장감 속에서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모든 상황이 매뉴얼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그 중에는 당시에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진땀을 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웃지 못할 추억이 된 에피소드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서울의 한 럭셔리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호텔리어인 제가 실제 겪었던, 그리고 동료 호텔리어들과 공유했던 웃지 못할 호텔 현장 에피소드들을 들려드리겠습니다.
1. 영어가 아닌 '엉터리어'로 통했다
외국인 고객 비율이 높은 호텔에서는 영어 응대가 일상이죠. 어느 날 한 중년의 일본인 고객이 체크인을 하셨는데, 영어도 일본어도 유창하지 않으셨고, 제 일본어 실력도 간단한 표현 정도였습니다. 그 분은 계속 “에어콘 노우! 와암! 모찌모찌!”라고 하시며 객실에서 내려오셨습니다.
당시 저는 “아, 에어컨이 안 나온다는 뜻이구나!” 하고 빠르게 객실 점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에어컨이 잘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 알고 보니 “모찌모찌”는 일본식으로 “찐득하고 습하다”는 느낌으로 사용하셨던 것인데, 저는 ‘모찌가 먹고 싶다는 건가?’ 하며 전혀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죠.
결국 제스처와 번역기, 간단한 일본어를 총동원해 ‘제습 기능’을 알려드렸고, 고객도 만족스럽게 객실로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제 동료들은 저를 보고 “모찌모찌 호텔리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2. 생일 이벤트가 엉뚱한 객실로!
고객의 특별한 날을 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호텔리어가 가장 신경 쓰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어느 날, 예약 시 요청 사항에 ‘남자친구 생일 이벤트 요청’이라고 적혀 있던 고객을 위해, 와인과 케이크, 풍선, 그리고 손 편지를 객실에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
문제는... 객실 번호를 잘못 확인했다는 것!
체크인 시간 직전에야 “저희 객실엔 아무것도 없는데요?”라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라 객실에 뛰어갔더니, 생일과 아무 상관 없는 다른 고객이 케이크를 보고 “혹시 호텔에서 주는 웰컴 서비스인가요?”라고 물어보시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물론 모든 물품은 회수하고 정해진 객실에 재준비해드렸지만, 당시의 긴장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떤 특별 요청이든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답니다.
3. 반려동물? 아니, 반려 닭 고객님
호텔 로비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다소 긴장한 얼굴로 체크인을 하던 한 고객이 종이 박스를 소중히 들고 계셨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 정도겠거니 생각했죠. 하지만... 그 박스 안에서는 작지만 선명한 “꼬끼오~!”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순간 저와 동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조심스럽게 여쭈었더니 ‘직접 키운 애완 닭’이라고 하시며 함께 숙박을 원하셨습니다. 애완동물 동반 객실이 있지만, 닭은 처음 보는 경우라 담당 매니저와 긴급 회의를 했고, 결국 해당 고객은 근처 애완동물 호텔에 임시로 닭을 맡기기로 하셨습니다.
고객은 다소 아쉬워하셨지만, 호텔 규정을 이해해주시며 “다음에는 강아지를 데려올게요”라고 웃으시더군요. 닭과 함께 체크인하러 오신 고객님은 지금도 저희 호텔 내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4. 대형 웨딩행사 도중 발생한 '의자 사고'
호텔에서는 하루에도 수 차례의 웨딩과 연회 행사가 열립니다. 특히 럭셔리 호텔에서는 수백 명이 참석하는 대형 예식도 흔합니다. 어느 날, 대형 연회장에서 웨딩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였습니다. 하객 한 분이 앉으셨던 의자가 ‘뚝!’ 하고 부러지며 바닥으로 넘어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순간 장내가 술렁였고, 사회자도 당황해 말을 멈추었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웨딩이라는 특성상 사진과 분위기가 매우 중요했기에 저희는 조용히 해당 의자를 교체하고, 하객분께 사과와 함께 식사권을 제공해 드렸습니다.
그날 이후, 연회장에 들어가기 전 의자 전수 점검은 무조건 해야 하는 체크리스트가 되었습니다.
호텔은 예측할 수 없는 일상의 연속입니다
호텔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국적, 문화, 연령대의 고객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매일매일이 새로운 상황의 연속입니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과 예기치 못한 요청, 그리고 실수가 생기기도 하죠.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단단한 경험과 웃음이 묻어나는 이야기로 남습니다.
호텔리어는 때로는 배우, 때로는 카운슬러, 때로는 기술자처럼 변신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유연함이 바로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
마무리하며 – 웃지 못할 그날,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호텔리어로서 근무하면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는 지금도 동료들과 함께 웃으며 회상하는 소재가 됩니다. 처음에는 땀이 뻘뻘 났지만, 결국은 고객의 만족과 호텔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인 결과였기에 모두 소중한 경험이죠.
혹시 호텔리어라는 직업을 꿈꾸고 계시거나, 호텔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분이라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힌트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더 많은 에피소드나 직무별 실전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댓글이나 메시지로 알려주세요. 호텔리어의 진짜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나누고 싶어요!